세기의 작가들에게 길을 묻다 이다빈의 '작가.여행' 책 펴내

고전 작가들과 교감을 느끼며 20여 년 세계문학기행을 다녀온 이다빈 시인이 인문여행에세이집『작가, 여행』을 펴냈다.

유영상 기자 승인 2019.03.14 13:50 | 최종 수정 2019.03.14 23:59 의견 0

 

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간다.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무언가 허전하다.

마음 한 구석에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아 떠나야 할 것 같다. 수많은 고전 작가들과 교감을 느끼며 20여 년 세계문학기행을 다녀온 이다빈 시인이 인문여행에세이집『작가, 여행』을 펴냈다.

저자는 인간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껴보고자 작가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과 장소를 더듬었다.

중국, 러시아,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의 대문호들의 고향과 작품의 배경지 등을 찾아다니며 작가들이 고민했던 지점에서 저자 역시 같은 문제로 시를 띄워 말을 건네고 있다. 작가들이 남겨 놓은 메시지는 방향을 잃었을 때 삶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이 『사기』 집필을 멈추지 않기 위해 생식기가 잘리는 궁형을 감내했고, 연암 박지원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민중들과 소통했으며, 제임스 조이스가 더블린 사람들에게 쫓겨나는 이야기 등을 읽다 보면 예술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가 만들어진 덴마크에서 태어난 안데르센이 사실은 배우를 꿈꿔왔지만 이에 좌절하여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세계적인 문학작품들은 이처럼 작가들이 살아왔던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사마천 『사기』,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셰익스피어 『햄릿』,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안데르센 ⌜인어공주⌟,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들이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그 사람들의 분신과도 같은 책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우리는 깊이 알지 못한다.

『작가, 여행』에서 저자는 우리 삶의 모양은 각자 다르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같으며,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진정한 삶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화의 바람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가 우리 몸속에 섞여 들어가고 있지만 사람들을 깊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19명 세기의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해서 소개하고 작가노트를 통해 느낌을 표현했다. 다소 특이한 구성 형식으로 세기의 작가들을 독자들에게 만나게 해준다. 저자가 갔던 길을 따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근원적인 의문을 다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 이다빈 시인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1995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글쓰기를 가르치며 국내외 문학기행을 다녔다. 2003년 동화집『모자 선생님』에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가르치던 아이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이후 아이들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20여 권 엮어냈다. 2016년에는 시집 『문 하나 열면』을 출간했고, 2017년에는 오랫동안 몸 담았던 일을 벗어나 도서관 상주작가와 ‘길 위의 인문학’ 강의를 맡으면서 문학의 대중화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2018년 전국여행을 하다가 길 위에서 여러 예술가들을 만났고 이들의 삶을 인터뷰해서 에세이『길 위의 예술가들』을 출간했다. 저자는 지금도 삶처럼 여행을 계속하고 있으며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leedabin00)을 통해서 계속되는 저자의 여행기를 만나볼 수 있다.

 

세기의 작가들이 전하는 삶의 이정표
역사서 집필에 대한 사명감으로 궁형을 택한 사마천, 우울증을 앓았던 연암 박지원, 도박 중독에 걸린 도스토옙스키, 조국으로부터 쫓겨난 제임스 조이스, 사랑에 실패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안데르센까지 작가들의 삶은 처절했다. 가난은 기본이고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는 고통스런 삶이었지만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치열하게 맞서면서 세상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고통은 인간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세계인을 감동시킨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작가들의 길을 따라 걷는 동안 상상력은 피어올랐고, 시공을 넘어 그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졌다. 너무 늦을 때까지 삶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기에 나는 그곳에 앉아 즉흥시를 썼다. 그들의 삶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다 보니 어렴풋이 답을 찾은 것 같다.
-서문 중에서

[저자소개]

이다빈
1996년 『현대경영』 ‘한국현대시 30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3년 동화집 『모자선생님』으로 문예진흥기금을 받았으며, 2016년 시집 『문 하나 열면』을 출간했다.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서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엮어냈다. 2018년에는 인터뷰에세이집 『길 위의 예술가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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