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사회인 야구 이색 우승팀 '블루레이커즈', 팀 철학과 우승 비결은?

이서율 기자 승인 2019.12.17 14:12 | 최종 수정 2019.12.19 14:07 의견 0

(성남=글로벌리언) 이서율 기자= 사회인야구팀 수가 1만 개를 넘고, 여성들로 구성된 팀만도 공식적으로 50개가 넘는다. 가히 전성시대에 이르고 있다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결승전에서 10:0으로 상대를 이기고 우승한,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한 사회인야구 리그 우승팀을 만났다.

우승 직후 기념사진

성남시 SB리그에서 뛰고 있는 “블루레이커즈”라는 팀(단장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감독 김승환 케이피엠테크 이사)  2014년말 창단되어 올해 4부 리그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하였다. 

재미있는 건 선수단 구성. 선수 대부분이 비교적 나이가 많고 야구 문외한으로 보이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원년 프로야구 역전 만루홈런의 주인공 이종도, 엘지 트윈스의 레전드 투수 출신 정삼흠 등이다. 프로야구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대스타들이 어설픈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팀의 김승환 감독 역시 성남고, 인하대를 거쳐 프로팀 엘지 트윈스의 선수 출신이다.

피칭 동작을 보여주며 자세에 관해 지적해 주는 정삼흠. 왼쪽

“지금은 업으로서 야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전공한 야구의 경험을 일반 선수들과 공유하며 그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게 너무나 좋습니다. 

저희 팀 모토는, 지더라도 즐겁고, 매너 있게, 다치지 않는 야구를 하자는 것입니다. 말로는 다들 그럴 순 있지만, 실제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팀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결승전에서 만루 홈런과 함께 완봉투로 팀 우승을 견인한 걸출한 배현우 선수와 소개가 더 필요없는 MBC 청룡의 간판 선수였던 이종도

“프로팀이나 학교에서 야구를 교육한 경험을 살려 현재는 야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취미로 하는 일반인들까지 두루 지도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야구의 기본기와 더불어 야구를 대하는 자세, 팀워크까지 세세하게 필요한 부분을 맨투맨식 교육을 해 오면서 사회인야구의 열정과 현장감을 느끼고자 야구장에서 팀을 이뤄 함께 뛰고도 있습니다."

팀의 큰 형님이자 야구와 인생, 모든 면에서 팀원들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정삼흠 선수(전 MBC 청룡, 엘지트윈스, 현재 분당 위너스플레이 베이스볼클럽 운영)의 설명이다. 팀 창단 초기부터 함께 뛰고 지도해 왔다.

유머러스한 표정과 태도에 김감독의 야구철학이 묻어나온다.

“사실 저희 팀에는 이종도, 이광권, 정삼흠 세 분의 레전드들도 계시지만, 역시 프로팀을 거쳐 투타에서 사회인야구 최고의 선수로 명성이 자자한 배현우, 제 베프들이자 팀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2호 메이저리거 정석, 세계 최고의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던 김인섭까지 팀의 활력소가 되는 체육 엘리트들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이들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각계각층에서 헌신적 마인드로 일하는 정말 맘씨 좋은 형님, 동생들이 있답니다.”

블루레이커즈 팀의 김승환 감독. 왼쪽은 정삼흠

 

팀과 팀원에 대한 자부심과 강한 애정을 보이는 김감독이다. 올해 우승할 수 있는 비결을 김감독에게 묻자 돌아오는 대답.

“저희 팀이 여느 팀처럼 이기는 야구를 추구했다면 오히려 팀 분위기도 저해되고 경기력도 나빠졌을 겁니다. 끝까지 팀 철학인 즐거운 야구, 나보다 다른 팀원을 배려하는 야구를 하였기에 하나로 단합되어 우승도 가능하였다고 봅니다. 초창기 저희 팀은 32대 3, 30대 0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점수 차로 지던 팀이었습니다. (웃음)”

이기는 야구와 즐거운 야구. 언뜻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룬 블루레이커즈. 승자독식의 논리로는 사회도 하모니를 이루기 어렵고 건전한 발전도 이루지 못한다.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휴머니즘적 문화를 야구라는 영역에서나마 모범적으로 실천해 낸 점에서 신선한 울림을 주는 팀이다. 이런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도에도 팀의 독자적 철학을 지켜가며 또 우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팀 자체적으로 야구 기량과 별도로 선정하는 MVP에 선정된 안성훈(외주제작사 디디션엔터 이사) 선수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회식 자리를 주도하는 안성훈 선수)

“제가 MVP가 된 이유를 아세요? 팀원들의 고른 경기 참여 기회를 위하여 벤치를 제일 오래 지켰다는 겁니다. (웃음) 

큰 점수 차로 지면서도 웃음이 그치지 않은 팀 분위기에 심판께서 같이 술 한잔 하고 싶은 팀이라 평가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처음에는 레전드 분들의 명성을 듣고 왔다가,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팀 분위기에 더 매료되어 가는 그런 팀이 저희 블루레이커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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