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관행에 따른 제2의 김광일PD가 나오지 않기를...

문화예술인, 가수,감독등의 온라인 추모열기 이어져

최정한 기자 승인 2020.07.13 18:22 | 최종 수정 2020.07.13 19:12 의견 0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촬영차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던 두 명의 다큐멘터리스트 박환성-김광일 PD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됐다.두 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시각으로 2017년 7월 14일 저녁 8시 45분 열악한 제작환경 속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무리한 스케줄 속 촬영을 강행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故 김광일 PD, 야수의 방주 촬영 당시 모습 ,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생방송 진행되었으며 많은 문화예술인 관계자 및 연예계 인사들의 추모 행사 열기로 고인과 유족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아름다운 세상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려면 공평해야 합니다. 공평한 환경이 이뤄진다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이 세상 모든 분야가 공평해진다면, 김광일 PD는 미소 지으며 바라볼 것입니다."

- 백순진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의 추모사 중

“비정규직의 힘들었던 삶,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사해봤는데 비정규직이 1000만 명이 넘는 상황입니다. (생략) 이 나라 사회는 정규국가가 아니라 정말 이 세계에서 비정규 국가, 비정규 나라로 추락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힘든 삶을 故 김광일 PD의 추모를 하면서 자각해야 할 것이고, 이런 것을 이 사회에 널리 알려서 이 나라가 정규 나라로 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 정세훈 인천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이사장, 시인 인사말 중

故김광일PD 아내 & 방송작가 오영미 ‘편지낭독’

故 김광일 PD의 아내인 오영미 방송작가는 김 PD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2020년 7월 11일

어느덧 당신이 떠난 지 3년.

그리고 이 무대 위에 다시 서게 된 지금.

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하고 있어.

버텨보자, 버텨보자, 생각만 수없이 하고.

매년,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

환하게 웃었던 당신이 너무 그립다.

만약, 당신과 내가 마주한 시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우리는 어땠을까? 우리의 미래가 과연 달라져 있었을까?

꿈에서처럼 우리가 함께 밥을 먹고 있었을까?

아마, 일이 먼저라며 촬영하러 집을 나섰을 당신이 떠올라.

‘세상의 중심은 내가 있을 때 비로소 돌아간다.’라고 수없이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한 당신이었는데 세상이 바뀌긴 하는 건지 모르겠어.

1년에 한 번, 가장 많이 아프고, 슬픈 7월.

이제 나는 당신이 바꾸고 싶어 했던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故 김광일.

당신이 음악, 공연, 문화예술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오늘 지금 여기 당신을 만나기 위해 문화예술인이 모였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많은 예술인들이 당신을 위해 모여서 함께 마음을 나누듯

나도 이제는 예술인들과 함께 당신의 뜻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

나 잘하고 있는 거지?

거기서도 나 잘 지켜봐 주고, 항상 응원해줘.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곳에서는 부디 피곤하지 말고,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늘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김 PD를 향해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가수 하림은 "김광일 PD의 죽음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일 대한민국 자동차 1호 명장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분의 뜻을 받들어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가 꿈꿨던 게 많은 사람에게 녹아나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개그맨 김경식은 "독립PD, 프리랜서, 방송관계자, 예술인들의 불공정 관행이 변화되고 사라지길 바란다"고, 유현덕 캘리그라피협회 회장은 "숙제는 우리처럼 남은 자들의 몫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완수되는 날까지 그분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페이딩 어웨이'(Fading away)를 연출한 재미동포 감독 크리스토퍼 리도 "오영미 작가님 책 '다큐PD였던 당신 그대 잘 가라'를 통해 독립PD들의 사연을 알게 됐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앞으로는 독립PD나 대한민국 영화인에게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는 "지켜주지 못한 후배가 간지 3년이 됐다"며 "또 다른 김광일 PD가 나오지 않게, 앞으로도 많은 김광일 PD를 지켜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 강대영 한국방송스태프협회 회장, 영화감독 겸 배우 왕호, 개그우먼 정은숙, 방송인 유승민, 배우 겸 화가 윤송아도 김광일 PD의 아픔을 나누며 또 다른 김광일 PD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서는 고 김광일 PD의 아내인 오영미 작가가 쓴 가사에 백순진 이사장이 곡을 붙여 만든 노래 '멈춘시간'을 선보였다.

추모 기획 공연 총 연출자 가수 성용

추모 공연의 총 연출자이기도 한 가수 성용은 "우리 사회는 많은곳에 불공정 관행들이 끊이지 않고 남아있다. 하나가 터지고 나면 그것을 수습하는 여러 관행들이 또 생겨나고 이러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문화예술인들 및 노동의 불공정한 부분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기회가 되었고, 故 박환성·김광일 PD처럼 제2의 억울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PD의 유작 '야수의 방주'도 사고 이후 3년 만인 7월 14일 EBS에서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한다. 

저작권자 ⓒ 글로벌리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