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성수기 성탄절 앞두고 SPC 불매 다시 '꿈틀'

이태원 참사·월드컵에 잠잠지다 온라인서 재부상 조짐

김은하 승인 2022.12.21 10:52 | 최종 수정 2022.12.21 10:55 의견 0

직장인 김소라(32)씨는 크리스마스 때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를 매년 샀지만 올해애는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예약했다.

SPC 불매에 동참하겠다는 뜻에서다.

김씨는 "SPC에 너무 많은 계열사가 있어서 지난가을엔 불매를 적극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소한 케이크라도 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엔 다른 곳에서 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케이크 성수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SPC그룹 계열사 제품을 피하겠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질 조짐이다.

SPC 불매운동은 10월 15일 20대 노동자가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안전장치도 없이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다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며 촉발됐다.

SPC 측이 고인 빈소에 자사 빵을 상조품으로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불매운동은 불이 붙었다. SPC 제품 구별법과 계열사 납품 목록이 온라인에 공유되고 대학가에서는 SPC 제품을 불매하자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이후 이태원 참사와 월드컵 개최로 시선이 옮겨가며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였으나, 크리스마스를 앞둔 최근 SPC 불매가 온라인상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사망 사고 이후 불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가깝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배스킨라빈스나 파리바게뜨에서 자주 케이크를 샀었다"라며 "이번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생일 같은 다른 기념일에도 케이크만큼은 안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학생 이모(25)씨는 "가격이 비싼 편인 파리크라상도 케이크를 예약하면 할인해주고 파리바게뜨는 배달앱을 통해 할인 쿠폰을 주는 마케팅을 한다"며 "아직 사고로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았는데 장사부터 하겠다는 속내 같아서 보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도 SPC 케이크를 사지 말자는 글이나 케이크 맛집 정보를 담은 글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특히 케이크의 주요 구매층인 20·30대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빵집에서 케이크를 샀다는 '인증 게시물'과 댓글이 줄을 잇는다.

SPC 계열사의 일부 매장에선 케이크 예약, 판매가 예전같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직원은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예약 물량은 작년의 절반 정도"라며 "크리스마스이브나 당일에 오더라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역시 "예약이 예년보다 많지는 않다. 사는 사람만 사는 정도"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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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한 달간 이어진 불매운동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서 케이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져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SPC 불매운동을 상기하게 됐다"며 "SPC의 사고 대응이 미흡했다고 생각한 일부 소비자가 불매를 유도하고 다른 소비자가 호응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문제는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동조하느냐가 불매운동 재확산의 관건인데, 소비자마다 생각이나 행동의 차이가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기사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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