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극장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끝나면서 다시 '훈풍'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미풍'에 만족해야 했다.
영화관에 팝콘을 들고 앉아 대작 관람에 푹 빠질 것 같았던 관객이 절반도 보이지 않은 탓이다.
그나마 영화계를 위로한 건 해외 영화제 무대에서 전해진 수상 '낭보'다.
올해도 국내외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팬들은 다시는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 '팬데믹→엔데믹'에도 돌아오지 않은 관객들
22일 극장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9천863만 명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6%(4천661만명) 늘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11월과 비교해서는 48.3%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 영화산업도 높이 뜀박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1∼11월 영화산업 누적 매출액은 1조26억 원을 기록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100.5% 증가한 수치지만, 2019년 1∼11월과 비교해 58.0% 수준에 머물렀다.
스크린에 오른 대작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흥행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극장을 찾는 이들이 과거보다 많이 감소한 것에 더해 작품이 '입소문'이 날 정도로 매력을 주지 못한 탓이다.
올봄과 여름 극장가를 달군 '범죄도시2'(1천269만명)를 비롯해 '한산: 용의 출현'(726만명), '공조2: 인터내셔날'(698만명), '탑건: 매버릭'(817만명),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명) 등은 흥행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다.
반면 기대가 컸던 '비상선언'(206만명), '외계+인 1부'(154만명), '토르: 러브 앤 썬더'(272만명),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3만명) 등은 '중박'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찾아온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연말 대목을 앞둔 지난 14일 개봉하면서 흥행몰이에 바짝 기세를 올린 상태다.
'아바타2'는 개봉 7일 차인 지난 20일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전작보다 빠른 속도로 '1천만명'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첫 칸영화제 '2관왕'…3년 만에 돌아온 축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영화계에 '칸국제영화제' 수상 소식은 큰 위안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지난 5월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같은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브로커'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도 한국 최초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헤어질 결심'은 미국 양대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 비영어권 영화상 후보, 미국 영화·방송 비평가들이 작품성과 연기력이 우수한 작품에 주는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영화 후보에도 올라 추가 수상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홍상수 감독도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로 제72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 작년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3년 연속 수상이자, 네 번째 은곰상 수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중단됐던 영화인들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도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부산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도 영화 팬들의 환영 속에 재개됐다.
◇ 세상 떠난 '월드스타'…'큰 별' 진 국내외 영화계
국내외 영화계 스타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며 작별을 고했다.
'월드스타' 강수연(55)은 지난 5월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떴다. 불과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해 반세기 넘게 배우로 활동해온 강수연은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많은 흥행작을 낸 것은 물론 드라마 '여인천하'에도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모던 록 밴드 '유앤미블루' 출신의 영화 음악감독 방준석(52)도 지난 3월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히트작 '신과 함께' 시리즈는 물론 '짝패'(2006), '오직 그대만'(2011), '모가디슈'(2021) 등 굵직한 작품의 음악을 담당하며 국내 대표 감독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해외 영화계에서도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졌다.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 사조를 이끈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지난 9월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1960년대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한 그는 혁신적인 촬영기법과 통념을 거부한 서사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 '페임'·'플래시 댄스'의 아이린 카라, '제시카의 추리극장'에서 추리소설 작가로 분한 앤절라 랜즈베리, 팝가수 겸 배우 올리비아 뉴턴 존, '좋은 친구들'·'꿈의 구장' 등에 출연한 레이 리오타 등도 올해 팬들과 이별한 명배우들이다.
<기사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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