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원희 기자 =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시 뛰는 물가와 더 커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기가 빠르게 뒷걸음치고 있어 긴축 고삐를 더 조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미국 연준 베이비스텝으로 금리차 1.25%p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월 31일∼2월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6·7·9·11월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이후 12월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에 이어 보폭이 또 줄었지만, 한국(3.50%)과 미국(4.50∼4.75%)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p)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이날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금리 전망치는 5.00~5.25%(중간값 5.1%)다.
현재 수준(4.50∼4.75%)을 기준으로 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파월 의장도 이날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이번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50%로 봤고, 3명은 3.75%까지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한은과 연준이 만약 각 3.50%, 5.0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에 이르고,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내외 금리차 등 보다 국내 상황을 먼저 보겠다"고 원론적 답변을 반복하고 있지만,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은의 통화정책이 연준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아니다.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고백한 바 있다.
◇ 1월 물가 5.2%↑…공공요금 인상에 3개월 만에 반등
한미 금리차 확대뿐 아니라 주요 긴축 요인인 물가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작년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돌 뿐 아니라, 최근의 물가상승 둔화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0.2%포인트 반등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28.3%나 급등해 2010년 별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작년 4·7·10월에 이어 올해 첫 달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된 여파다.
앞으로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한은과 정부의 기대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 작년 4분기 이어 1분기 역성장 우려도
일반적 상황이라면 이처럼 물가가 다시 오르고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커지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최근 역(-)성장으로 문제가 어려워졌다.
이 총재도 이미 신년사에서 "올해 물가·경기·금융간 상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견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대체로 경기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정보기술)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전망이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 등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데다 높은 금리와 물가, 부동산가격 하락 등에 짓눌린 소비도 쉽게 반등하기 어려운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더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올리면서도 한국의 경우 오히려 2.0%에서 1.7%로 낮췄고, 한은도 오는 23일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기존 성장률(1.7%)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 금통위원들도 '금리 더 올려야' vs '멈춰야' 팽팽
당장 한은은 오는 23일 금통위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 이처럼 충돌하는 경기와 물가, 미국 긴축 기조 등을 모두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지난달 회의에서부터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거의 3대 3 수준으로 갈렸다.
한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다른 위원도 "물가 상승률이 이른 시일 내 목표 수준 가까이 수렴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위원은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진입한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한 위원도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과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상적으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견해가 반으로 갈릴 때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23일 회의에서 결국 기준금리 인상 또는 동결이 이례적으로 총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사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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