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사상자가 속출하고 탄약이 동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격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5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의 용기와 힘, 회복력에 특별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가장 힘든 싸움 중 하나로,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참모진으로부터 전날 리만, 바흐무트 등지에서 130건 넘는 러시아 측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적이 계속 바흐무트 포위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은 최근 몇 주간 가장 피비린내 나는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바흐무트는 지난해 가을부터 고전해온 러시아가 전세를 반전시킬 '상징적인 승리'로 삼기 위해 인해전술을 펼치면서 양쪽에서 수천명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바흐무트의 동·남·북 등 3면에 있고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과 이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가 하나뿐이라 우크라이나 군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지만, 러시아로서도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 공세의 주축을 맡아온 용병그룹 와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늦게 자신의 부대가 퇴각하면 러시아 쪽 전선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리고진은 이날 공개된 영상 연설에서 "와그너는 시멘트다. 우크라 군 전체를 우리에게로 끌어들여 격파하고 있다"며 "와그너가 바흐무트에서 퇴각하면 전체 전선이 러시아 국경, 심지어 그보다 더 멀리까지 무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군이 와그너 그룹에 병력과 탄약 등 물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해온 그는 이날 영상에서도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약속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은 데 대해 "보통의 관료주의인가 아니면 배신인가 이유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후퇴한다면 전쟁에 지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 사람들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탄약 부족에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군 지휘관 볼로디미르 나자렌코는 이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24와 한 인터뷰에서 바흐무트 상황을 "지옥"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다만, 우크라이나 군이 전선을 유지하고 러시아 군은 외곽에 머물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에 탄약이 부족하고 이들이 '혼돈' 속에 바흐무트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의 진격이 "느리고 점진적"이라면서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조만간 완전히 포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손실을 줄이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바흐무트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이 바흐무트 주변 주요 다리를 폭파하는 등 퇴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리처드 대넛 전 영국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에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에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이곳에서 퇴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흐무트가 많은 러시아인들의 목숨을 빼앗는 모루(대장간 쇠 받침대) 역할을 한다는 목적을 이룬 만큼, 이제 우크라이나가 더 방어 가능한 전선으로 후퇴해 그곳에서 싸움을 이어 가는 것이 이치에 완전히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바흐무트 철군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 사령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 CNN 방송에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통제되고 계획된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군의 대규모 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얼마만큼 소모시킬 수 있다고 보는지, 전술적 후퇴를 단행할 때가 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까다롭고 은밀한 작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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