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천원, 만족은 만원' 아침밥·대중교통·공연관람으로 확산

대학 식당 '천원의 행복'에 장사진…1천원 택시·공연도 '호응'
"주변 상권 피해 피하고 상생 방안 연구·소비자 신뢰 쌓아야"

글로벌리언 승인 2023.03.23 09:1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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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 기다리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껌 한 통, 붕어빵 두 마리, 시금치 반 단…물가가 오를수록 1천원짜리 한 장의 가치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공깃밥 한 그릇 값에 불과한 1천원이지만, 어떤 곳에서는 따듯한 아침 밥상으로, 시골길을 달리는 택시 요금으로, 마음을 채우는 공연 입장료로 변해 1만원 이상의 만족을 주기도 한다.

특히 순댓국 한 그릇이 1만원에 육박하는 고물가 시대에 '1천원 아침밥'은 대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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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 시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학 구내식당에 아침마다 장사진…1천원 아침밥 인기 폭발

"요새 식비가 너무 비싸잖아. 이 정도면 진짜 싼 거지. 난 계속 먹으러 올 거야."

이달 들어 전국 곳곳의 대학교 구내식당 앞에는 여느 때와 달리 긴 줄이 늘어선다.

단돈 1천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맞아 고물가에 밥값 걱정이 더 커진 대학생에게 편의점 도시락보다 싼 1천원짜리 식사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추진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는 전국 대학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식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올해 전국 대학교의 신청 인원이 늘었고 농식품부는 추가 예산을 확보해 지원 인원을 68만명으로 확대했다.

경상국립대학교는 대학생들이 규칙적인 식습관을 기르고 든든한 하루를 시작하도록 1학기 종강일인 6월 20일까지 가좌캠퍼스 학생회관 중앙식당에서 주말을 제외한 평일 천원 가격에 아침밥을 제공한다.

칠암캠퍼스와 통영캠퍼스는 추경 예산 확보 등을 거쳐 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다.

강원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올해 12월 말까지 상시 운영한다.

재학생들은 평일 오전 8시∼9시 단돈 1천원으로 학생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인천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첫날인 지난 17일 279명에 이어 20일 365명, 21일 448명, 22일 390명이 식당을 다녀가 평일 나흘간 1천482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인천대는 올해 정부 지원금 등 사업비 1억4천여만원을 들여 총 4만3천100명 분량의 아침밥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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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속 천원 밥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천대는 지난해부터 교수와 직원들이 모은 장학금인 '교직원 제자사랑 기금' 3억8천여만원 가운데 2억3천여만원을 들여 올해 1년간 570명 분량의 '1천원 아침밥'을 제공할 예정이다.

1인당 아침 식사 비용 4천원 중 기금에서 3천원을 지원한다.

부산외대는 오는 6월 21일까지 교직원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조식 행사를 진행한다.

학기 중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학생 식당에서 밥, 국, 반찬 3종으로 구성된 음식이 제공된다.

이 행사는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만 열리는데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이용한다.

충남 공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주교육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20일부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은 방학을 제외한 올해 말까지 평일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3찬 이상의 아침 백반을 제공받는다.

이러한 현상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3일 "이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일반 시민들은 교통비 100원 인상에도 민감해 조금만 물가가 올라도 소비가 위축되곤 한다"며 "1천원 행사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소비도 촉진하고, 소비자들이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ESG 경영'을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이런 어려운 경제 상황에 나서 일상에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여러 실천들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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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 바깥까지 늘어선 택시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천원 택시·100원 버스…공연 관람도 천원짜리 한 장으로

1천원의 행복은 대학 식당을 벗어나 사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지난 9일 양동시장에 '천원국시'의 문을 열었다.

만 50세 이상인 주민, 양동시장 당일 영수증을 지참한 손님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우리 밀 손국수를 1천원에 먹을 수 있다.

서구는 부담 없는 따뜻한 한 끼와 노인 일자리 마련,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 경로당 일부 공간을 활용해 국숫집 운영에 나섰다.

경북 영천시와 경주시 등은 2019년부터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주민이 1천원을 내면 읍·면·동 소재지까지 추가 요금 없이 이동할 수 있는 '1천원 행복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영천시는 임산부의 경우 주거지와 관계없이 임산부 등록일부터 출산 뒤 12개월까지 영천 시내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 1천원만 내고 이동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한다.

100원 버스도 전국 곳곳에서 운행 중이다.

전남 화순군은 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100원 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지역 거주 청소년들이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100원에 군내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회사의 손실은 군 예산으로 지원한다.

강원 양구군은 방산면 주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자 이달부터 행복마을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버스 운임은 나이에 상관 없이 100원으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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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천원으로 수준 높은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사회공헌 프로그램 '천원의 행복' 공연 횟수를 늘려 총 2만2천여명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1만 명가량 늘어난 규모다.

2007년 시작한 천원의 행복은 국악, 클래식,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1천원에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6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올해 공연 일정은 대극장 6회, 체임버홀 5회, M씨어터 2회, S씨어터 3회 등 총 16회다.

이 중 4회는 자립 청소년이나 어린이, 노년층 등 문화·사회 소외계층에 전 좌석을 배정할 방침이다.

천원의 행복 행사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이에 대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너무 과하게 이뤄지면 주변 상권에 피해가 가는 등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등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은파 이강일 장아름 이우성 김상연 김재홍 박정헌 김용태 양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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