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쫓겨나 지원받는 임시거처 38%는 6평 미만 원룸

방 2~3개 집에서 살던 피해주민들 이사 엄두 못내…이용률 저조

김현숙 기자 승인 2023.04.24 08:3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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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경고 문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공공기관이 인천에 확보한 긴급주거 주택 10채 중 4채는 원룸으로 파악됐다.

24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긴급주거 주택 238호 가운데 91호(38.2%)는 20㎡(6평) 미만 원룸이다.

이보다 큰 20∼59㎡(6∼18평) 규모 주택은 122호(51.2%)이며, 60∼85㎡(18∼25평) 규모 주택은 25호(10.5%)다.

현재 정부는 전세자금 저리 대출과 긴급주거 지원 중 후자를 선택한 피해자들에게 최대 2년간 긴급주거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원을 원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자신이 살던 곳과 유사한 면적의 주택 5채를 둘러본 뒤 이 중 하나를 골라 이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천은 규모가 59㎡ 미만인 긴급주거 주택이 전체의 90%를 차지해 사실상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사기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의 피해 아파트와 빌라 대다수 세대는 방이 2∼3개 있는 구조다. 식구가 2~3명만 되도 원룸인 긴급주거 주택에서 거주하기에는 수많은 불편함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긴급주거 주택 중 가장 많은 127호(53.36%)는 피해자가 많은 미추홀구와 10㎞ 넘게 떨어진 서구에 있어 생활 환경이 대폭 바뀌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미추홀구에 있는 긴급주거 주택은 54곳(22.6%)이고 다음으로는 남동구가 36곳(15.1%)으로 많다.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주민 최모씨는 "물론 긴급주거 지원 자체가 고마운 일이지만 작은 평수가 많아 들어갈 수 있는 집 자체가 적다"며 "저번에 집을 보러 간 다른 주민은 큰 평수는 예비번호가 있다고 해 입주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긴급주거 주택 이용률은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기준 인천 내 긴급주거 주택 중 입주가 끝난 곳은 11호(4.6%)뿐이고, 추가로 긴급주거 승인을 받은 피해자가 30세대다. 현재 입주한 11호도 모두 40∼79㎡(12∼23평) 규모로 원룸에 입주한 세대는 없다.

인천시는 추후 이용률 추이를 토대로 긴급주거 주택 호수를 좀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원래 살던 집과 비슷한 규모 주택으로 지원하고 있어 큰 집에 살던 피해자가 작은 집에 갈 일은 없다"며 "지금도 지원 대상 요건을 갖춘 피해 세대는 원하면 모두 긴급주거 주택에 곧바로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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