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30일 오전(현지시간) 대규모 드론(무인기) 공격이 가해졌다.
아직 공격 주체가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군, 친우크라이나 러시아 민병대의 소행, 러시아 자작극 등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달부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접경지에서 무인기 공격이 이어진 데 이어 러시아 수도까지 공격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장 너머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언론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 서방 매체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몇 채의 아파트들이 일부 손상됐지만 중상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대가 현장에 긴급 파견돼 작업 중이며, 일부 주택에선 주민이 대피했다고 덧붙였다.
소뱌닌 시장은 얼마 뒤 다시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도 "시내 의료기관에 따르면 현재로선 무인기 공격을 받은 아파트 주민 가운데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명의 주민이 병원을 찾았지만 아무도 입원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외곽 모스크바주(州)의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몇 대의 드론이 모스크바로 비행하는 도중에 격추됐다"면서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바자(Baza)는 "무인기 약 25대가 모스크바 공격에 가담했다"면서 "일부 무인기들은 모스크바 외곽 모스크바주에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고, 일부는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 나무나 전선에 걸렸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3대의 무인기가 모스크바 시내 아파트로 날아들었다"면서 "아파트를 공격한 무인기 1대의 폭발물은 터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무인기는 이른 아침 모스크바 시내 남서쪽의 '레닌스키 프로스펙트'와 '프로프소유즈나야' 거리에 있는 아파트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스크바 남서부 신도시 '노바야 모스크바' 지역의 아틀라소바 거리에 있는 24층 아파트 건물도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프로프소유스나야 거리의 아파트는 건물 앞면이 부서지고 창문들이 깨졌지만, 주민 부상자는 없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인근 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아틀라소바 거리의 아파트도 건물 전면이 파손되고 상층 가구 창문들이 깨졌지만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밖에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크라스노고르스크, 오딘초보, 넴치노프카, 바르비하 지역 주민들도 폭발음을 들었다고 현지 언론은 소개했다.
드론들은 이날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서남쪽 방향에서 날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내 최전선 지역의 거리는 약 1천km다.
이날 모스크바 공습은 러시아가 건립 기념일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28일부터 연이틀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으며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한 바로 다음날에 이루어졌다.
공습은 또 앞서 러시아 당국이 지난 25일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자국 남부 로스토프주의 모로좁스크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
다만 러시아는 이날 모스크바 드론 공격의 배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 정권에 적대적인 러시아 민병대의 소행이거나, 국민 총동원령을 내리려는 러시아 정부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날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뒤에 이뤄져 주목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정례 연설에서 "탄약 보급, 새로운 여단 훈련, 우크라이나군 전술 등에 대해서뿐 아니라 (대반격) 시기에 대해서도 보고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최고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제 진격할지 시기에 대한 것이다. 결정은 내려졌다"며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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