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를 웃도는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을 기록 중인 중국에서 대학들이 졸업생 취업률 통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가짜 취직 증명'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30일 북경청년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한 대학 졸업 예정자 리즈는 얼마 전 학생 관리 직원과 함께 합의서 한 통을 위조했다. 분명 취업을 한 적이 없지만 취업이 이미 됐다는 내용의 회사-졸업생-대학 3자 합의서였다.
리즈가 다닌 대학은 이 합의서를 근거로 졸업생 취업률 통계를 냈다. 대학으로선 취업률이 60%를 넘어야 한다는 교육부의 지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샤오쯔는 취업을 하지 못해 대학 직원의 연락을 받은 처지다. 그는 "(학생 관리) 선생님이 처음에 제게 꺼내 든 것은 '감정 호소 전략'이었다"고 떠올렸다.
그 직원은 '삼자(회사-졸업생-대학) 합의'를 하면 학교 취업률에 공헌할 수 있다"며 "취업률 수치가 좋으면 다음 학생을 받을 때 도움이 된다"고 샤오쯔를 '압박'했다.
상담 직원의 안내로 학교 시스템에 접속한 샤오쯔는 '취업 상태'를 표시하는 항목 중 '유연 취업'(정규직이 아닌 일자리)을 클릭했다. 사실대로라면 '취업 준비 중'에 표시했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얼마 뒤 논문 지도교수는 별안간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샤오쯔 등 학생 3명을 태그하면서 "앞서 '유연 취업'이라고 표시한 학생은 다시 취업 정보를 써넣어달라"고 했다.
다시 학교 시스템에 들어가 보니 취업란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취업 상태'는 없어졌고 어떤 형태의 회사에 취직했는지 구체적인 내용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생을 고용한 회사의 날인도 필요했다. 샤오쯔는 취업률이 목표에 맞지 않자 학교가 취업 합의서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지도교수의 말은 이런 학교의 뜻을 한층 분명하게 만들어줬다. 지도교수는 샤오쯔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고용계약서에 서명하면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있다. '유연 취업' 상태면 임금 입금 상황을 제출해야 하고 매달 성(省)과 정부기관에서 학교에 실사를 나오지만, 합의서가 있으면 이런 걸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앞으로도 취업이 안 되면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대학원에 갈 생각이었던 샤오쯔는 회사 날인까지 있는 허위 취업 증명을 냈다가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지도교수는 사흘 동안 매일 같이 취업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전화를 걸었고, 마지막엔 "너는 교우로서 학교 업무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4개월 만에 '취준생'에서 '학교에 공헌을 못한 졸업생'이자 '학교를 도와줄 줄 모르는 교우'로 바뀐 셈이다.
대학이 집계하는 '졸업 후 진로 이행률'은 졸업생 취업률과 창업률, 유연 취업률, 진학률로 구성되고, 취업률은 매년 공개돼 전공별 평가 자료로 쓰인다.
중국 교육부는 2011년 졸업생의 취업률이 두 해 연속으로 60%에 못 미친 대학 학과는 신입생 모집인원을 줄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취업이 많은 학과의 경우 신입생을 못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이에 대부분의 대학은 구체적인 취업 목표 수치를 갖고 있다고 북경청년보는 설명했다.
졸업 시즌마다 취업을 못 한 학생은 상담 직원과 지도교수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되고, 경제난 속에 1천158만명의 사상 최다 졸업생이 쏟아져나오는 요즘 같은 시기엔 "우리 전공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 '서류상 취업'이 벌어지는 건 학교와 학생이 받는 이런 압박 때문이다.
'서류상 취업'을 돕는 서비스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선 100위안(약 1만7천900원) 안팎을 지출하면 감쪽같은 취업 합의서를 만들어주는 업체가 여럿 존재하는 실정이라고 북경청년보는 전했다. 한 졸업 예정자는 "대학에서 이런 일은 진작에 비밀이 아니었다"고 했다.
온라인 매장 업주는 접촉을 시도한 북경청년보 기자에게 한 무역회사는 68위안(약 1만2천100원), 한 과학기술회사는 88위안(약 1만5천700원)이라는 '가격표'를 각각 제시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68위안짜리 업체를 고르고 3일 후 회사의 직인이 찍힌 합의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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