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는 물론 중국 금융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14일 외신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2021∼2022년 발행된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포함한 비구이위안 회사채 9종과 사모채권 1종, 비구이위안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등 총 11종의 비구이위안 관련 채권 거래가 이날부터 중단됐다.
채권 총액은 157억200만 위안(약 2조8천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만기가 가장 이른 것은 9월 2일자인 비구이위안 사모채권이며, 채권 종류에 따라 9월 중, 10월 19일, 올해 연말, 내년 초 등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천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지불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상반기에 최대 76억 달러(약 10조1천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비구이위안은 성명에서 채권자와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상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거래정지 첫날 홍콩 증시에서 비구이위안 주가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전장 대비 16.32% 떨어지는 등 급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비구이위안 외에도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원양집단(시노오션)도 2024년 만기 예정인 금리 6% 어음 2천94만 달러(약 279억원)를 상환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특정 업체만이 아니라 중국의 부동산 경기 전반이 가라앉고 있다는 점에 있다.
SCMP는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컨트리 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몰림에 따라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도 잇달아 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시작된 위기는 중국 금융권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金博)홀딩스·난두(南都)물업, 셴헝(咸亨)인터내셔널 등 3개 사에 대해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중화권 매체들은 전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룽신탁의 지급 연기는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으며, 이 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 위안(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룽신탁 외에도 중신(中信), 중성(中誠), 우광(五鑛)신탁, 광다(光大)신탁 등 주요 신탁회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원금·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중국 금융권에서는 상당수 신탁회사가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財聯社)는 소식통을 인용, 중룽신탁에 피해를 봤다는 회사는 진보 등 3개 사지만,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가 모두 3천500억 위안(약 64조원)에 이른다면서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도 비구이위안의 채권 거래 중단 등의 사태가 중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의 경제회복이 부동산 위기로 인해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경제 회복은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최신 데이터를 보면 성장 반등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이 만기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다면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처럼 디폴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여전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는 주요 개발업체들의 부채 위기와 부동산 경기 추가 침체 우려로 계속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부동산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8% 이상 줄어들었고 특히 7월에는 더욱 위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통신은 예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폭우와 홍수로 중국 전역의 많은 지역이 타격을 입은 것도 건설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할 각종 경제지표 통계수치에도 관심이 쓸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실업률은 역대 최악이었던 6월에 비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경제활동 데이터들은 중국의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시사한 부양 조치가 곧 나올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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