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현대 축구를 한국 축구에 잘 입힐 수 있을지, 분명히 공부를 많이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클린스만호는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둬 출범 5경기(3무 2패)째 무승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해외 출장과 재택근무로 비판을 받던 터에 첫 승 사냥에 또 실패하면서 '코너'로 몰렸다.
만약 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치를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조기 경질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을 조심스럽게 두둔했다.
웨일스전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대표팀에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서 팬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대한민국을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나는 감독님이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고, 팬들이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 행사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감독님이 어떻게 현대 축구를 한국 축구에 잘 입힐 수 있을지, 분명히 공부를 많이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웨일스의 튼실한 수비벽에 '실금' 하나 내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런 경기가 많을수록) 내구력이 생긴다"면서 "분명히 우리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살이 많이 붙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다음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좋은 상대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는) 엄청나게 큰 이변을 일으킨 팀"이라면서 "팬들에게 승리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대표팀에 대한 의심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흥민과의 일문일답.
-- 오늘 무승부를 거뒀는데.
▲ 배울 점이 많이 있었다고, 발전할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있었던 경기다.
-- 수비수들이 많이 달라붙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정도 선수에게는 수비수 두세 명 붙는 건 운명이라더라.
▲ 유럽팀이 촘촘하게 (수비를) 서면 그 수비를 뚫는 게 어떤 팀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립된 공간 속에서, 어떻게 움직임 하나하나로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나도 팀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겠다.
오늘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이런 경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많이 된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내구력이 생긴다. 오늘도 분명히 우리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살이 많이 붙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이 느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 클린스만 감독이 온 뒤 아직 승리가 없다.
▲ 보시는 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은 단계인 것 같다. 팬들은 완성된 모습을 기대하고, 저희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아직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 매우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4년 전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계실 때는 또 다른 분위기 속에서 훈련했고, 좋은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확실하다. 첫 번째 (3월 A매치) 두 경기는 4-4-2를 썼고, 오늘 같은 경우는 4-1-4-1도 썼고… 이런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선수들이 소집되고 기회를 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감독님은 지금 결과를 내기보다는 선수를 가려내는 과정을 거치고 계신 것 같다. 감독님도 분명히 생각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기회가 오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축구란 스포츠는 냉정하다. 대표팀은 모두가 꿈꾸는 곳이다. 조금 더 특별한 감정으로 경기장에 들어가야 한다.
11월부터는 중요한 경기(월드컵 예선)가 있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결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나도 축구 팬 입장에서 보면 공감이 간다. 다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달라.
--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머물지 않는 것에 대해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 선수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보다는, 어떻게 하면 팀을 더 단단하게 뭉치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야 하는 것 같은데…. 대표팀에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서 팬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대한민국을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감독님이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고, 팬들이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유럽축구연맹(UEFA) 행사 참석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현대 축구를 한국 축구에 잘 입힐 수 있을지, 분명히 공부를 많이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 무승이 길어져서 부담감을 느낄 선수도 있을 텐데.
▲ 부담이라면 축구선수라면 다 안고 있다. 부담감이 싫고, 그걸 견딜 수 없다면 대표팀에 있을 수 없는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좋은 부담감이라고 생각할 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좋은 상대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는) 엄청나게 큰 이변을 일으킨 팀이다. 팬들에게 승리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대표팀에 대한 의심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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