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소송' 한숨 돌린 한수원…공은 美정부로

美법원 '정부 판단할 일' 정리…한국형 원전 독자성 판단없이 '각하'
한수원·정부, 소송영향 신중 분석…한미 정부간 협상 주목

글로벌리언 승인 2023.09.19 16:3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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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 설치된 신한울 원전 [경북도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경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가로막고자 자국 법원에 낸 소송이 18일(현지시간) 각하됐다.

한수원으로서는 미국 법원에서의 불리한 판결로 체코 등 외국으로의 원전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 법원이 핵심 쟁점인 지식재산권 부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원전 수출 통제권이 전적으로 자국 정부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웨스팅하우스에 소송 자격이 없다는 각하 처분을 내려 앞으로는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 당사자인 한수원은 19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이번 각하 결정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이번 결정 취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은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수출 통제 집행권이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데서 그친다.

미국 법원은 웨스팅하우스에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는 각하 처분을 하면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한국형 원전을 둘러싼 지재권 분쟁에 관한 판단으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소송 결과로 한수원이 미국에서 직면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수원은 체코를 제외한 다른 나라로의 원전 수출까지 고려했을 때 차제에 APR1400의 독자성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10월 웨스팅하우스가 자국 법원에 소송을 내자, 한수원은 대한상사중재원에 'APR1400에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정해달라'는 중재를 신청해 맞불을 놨다.

한수원은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을 추진하는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수원은 미국 법원 소송과 별도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중재 절차를 통해 지재권 분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법원 결정을 계기로 사실상 공은 미국 정부로 넘어갔고, 향후 한미 정부 간의 협상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인 지난 4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수원이 제출한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미국인이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려했다. 사실상 자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고 여기는 APR1400의 수출 신고를 '미국인'이 해야 한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이 기술이 자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에 기반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다.

이번에 미국 법원이 사안의 해결 주체는 미국 정부라고 명확히 '교통정리'를 한 만큼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 APR1400의 수출 신고 문제 해법을 놓고 구체적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양국 정부는 그간 협상을 통해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미국 법원의 결정이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달성을 위해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 해결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작년 8월 3조원 규모의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폴란드와 체코에서 추가 원전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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