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조만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 주민에 전원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을 내고 "IDF는 가자시티내의 모든 민간인에게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집에서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이란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으며,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라면서 "하마스 테러범들은 무고한 민간인이 거주하는 가자시티의 건물과 주택 아래 터널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며칠 안에 IDF는 가자시티에서 계속 크게 작전을 벌여나갈 것이고, 민간인에 해를 끼치는 걸 피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가자시티 주민들은 "지도상에서 볼 때 와디 가자 이남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이스라엘군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은 군이 이를 허용하는 또다른 발표를 할 때 가자시티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스라엘과의 보안장벽 구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은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진입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하마스는 유대교 안식일이던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선 군인 247명을 포함해 1천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현재까지 1천530명이 사망했고, 이와 별개로 이스라엘 영토에 침입했다가 사살된 하마스 무장대원도 약 1천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를 궤멸시켜 더는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는데, 이날 발표는 지상전이 실제로 임박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AP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진단했다.
다만, 이스라엘군 대변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이번 성명과 관련해 진행한 라이브 스트림 방송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에 속한 군사 목표물을 계속 공격할 수 있도록 그들(주민)에게 대피를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 주민(23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가자시티 등을 떠나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전날 자정이 조금 안 된 시점에서 이런 통보를 전해 받았다면서 "만약 이 명령이 확정된 것이라면,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유엔은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 없이는 이런 이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유엔에 전달된 이스라엘의 대피 통보 대상은 가자지구 주민 뿐 아니라 현지에서 활동하는 유엔 직원, 유엔이 운영하는 가자지구내 학교와 보건소, 병원 등에 피난한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당국자는 "이런건 전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면서 고위급 정치채널을 통해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확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앙 운영센터와 현지에 있는 국제 직원들을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소문에 동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을 준비 중이지만 정치권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수백㎞ 길이의 방대한 터널망을 구축했고 상당한 양의 무기와 물자를 비축해 놓은 까닭에 지상전을 벌인다면 이스라엘군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일반 시민과 전투원을 구분하기 힘든 시가전이 격화할 경우 미처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하마스로 오인돼 사살되는 참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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