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를 맞아 이 선대회장과 유족이 사회로 환원한 이른바 'KH(이건희) 유산'이 재조명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고인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해 사회 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瑞獸像)을 정부에 기증했다.
월대 복원을 마무리한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기념행사를 열고 서수상을 포함한 광화문 월대를 공개했다.
삼성은 최근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더욱 잘 알릴 수 있도록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운영을 위해 200만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은 이 선대회장의 후원을 받아 지난 1998년 만들어졌으며, 한국실 오픈 25주년을 맞아 삼성이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앞서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의료 공헌(감염병 극복 7천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 3천억원)에 1조원을 기부했다.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이 선대회장의 뜻을 기리며 유산의 약 60%를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시는 신드롬으로 이어지며 한국 미술계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최근까지 20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전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유족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지난 2∼5월 울산에서 열린 특별전시에는 약 16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는데, 이 덕분에 울산 도심 방문객이 평소 대비 500%가량 증가해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이 선대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은 의료 공헌으로 이어졌다.
감염병 극복을 위해 기부한 7천억원 중 5천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첨단 설비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약 4만2천㎡(약 1만3천평) 부지에 지어지며, 2028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2천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은 이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을 반영한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취임 초기였던 1989년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어린이 사랑'을 실천했다.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 듣고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며 크게 기뻐했다는 일화도 있다.
유족이 기부한 3천억원 가운데 1천500억원은 소아암 환자 지원에, 600억원은 크론병 등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사용되며, 국내 소아암·소아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천여명, 희귀질환 환아 5천여명 등 총 1만7천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2021년 8월 발족한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지난 6월부터 전국의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검사를 무상 지원하는 정밀의료를 시작했다.
현재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은 소아 희귀질환 코호트 연구, 희귀질환 치료 기술 개발,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한 환자 관리방안 개발 등 총 73개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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