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은 7일(현지 시각) 메트 한국실 설치 25주년을 기념해 '계보 : 메트의 한국 미술'이라는 이름의 특별전을 개막한다.
메트는 내년 10월까지 계속되는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현지 언론에 작품을 공개했다.
메트가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작품은 현대 한국화가 서세옥의 추상 수묵화 '사람들'(1988)이었다.
대각선의 짧은 획을 반복해 한자 사람(人)을 겹쳐놓은 듯하면서도 산을 그린 풍경화로도 보이는 이 작품은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사람'(People), '선'(Lines), '장소'(Places), '사물'(Things)을 모두 담고 있어 전시회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곳에 설치했다는 것이 메트의 설명이었다.
또한 메트는 서세옥이 주도한 실험적 한국 화가들의 모임 '묵림회' 출신인 권영우의 '무제'(1984)를 전시회 포스터로 사용하는 등 한국화에 뿌리를 둔 추상미술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현수아(엘레노어 수아 현) 한국미술 기금 큐레이터는 "따로 의식을 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시대 미술을 전공해 무의식중에 (수묵화에) 주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한국 단색화가 이우환과 윤형근의 작품도 전시됐다.
리움미술관에서 대여된 이우환의 'From Line'(1979)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윤형근의 '청다'(1975)는 모두 선(Lines)이 강조된 작품들이다.
다만 메트는 추상과 단색화에만 매몰되지 않고 165㎡라는 넓지 않은 전시 공간 속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한국 미술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 모습이었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1965)은 동양화가 이유태가 일제강점기에 그린 '인물일대-탐구'(1944), 민중화가 이종구의 '국토-오지리에서(오지리 사람들)'(1988) 사이에 배치됐다.
메트는 20세기 한국 사회가 경험한 급격하고 총체적인 사회변화가 한국 인물화의 표현방식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전시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트는 기존에 한국실이 전시했던 고미술품과 새롭게 현대 한국 미술 작품을 섞어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역시 한국 예술의 역사를 폭넓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설치 미술가 이불이 도자기로 제작한 '무제(사이보그의 다리)'(2000)는 조선 분청사기와 백자 청화 등과 함께 진열됐다.
김환기의 '달과 항아리'(1954)와 바이런 김의 '고려청자 유약 #1'(1995) 등 도자기를 주제로 한 작품도 나란히 전시됐다.
한편 이번 전시회 오프닝에는 '이건희 컬렉션'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트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이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될 것이라는 소문은 정확하지 않다"라며 "향후 컬렉션 중 한 작품이 교체 전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달 중 전시 작품 일부를 교체할 때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백남순의 '낙원'(1936)을 전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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