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가 누적되고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의 공기업들도 정부의 연구개발(R&D)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정전 사고 등으로 한전 등 공기업의 재무위기가 관리·R&D 투자 부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R&D 투자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의 개정 '연구 자율성 촉진을 위한 특별요령'을 고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고 18일 밝혔다.
산업부는 산업기술혁신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 자율적이고 효과적인 R&D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R&D 자율성 트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기관 등이 특례를 신청하면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R&D 자율성 트랙 운영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선정한 기업·기관에 R&D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해주는 특례를 제공한다.
특례 내용은 연구목적 등 사업 변경 시 행정 절차 간소화, 연구개발비 정산 시 편의 제공, 연구자 인건비 처리 편의 제공, 연구 장비 및 시설 도입 시 심의 생략 등이다.
특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거 수행한 R&D 실적 등을 통해 R&D 역량을 입증해야 하며, 이와 함께 재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개정된 특별요령은 공기업에 한해 재무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재무 건전성 평가는 6개 평가 지표 중 2개 이상에 해당되면 자격을 박탈하는 구조다.
6개 지표는 ▲ 최근 회계연도 말 부채비율 300% 이상 ▲ 유동비율 100% 이하 ▲ 부분 자본잠식 ▲ 이자보상비율 1.0배 미만 ▲ 최근 3개년도 계속 영업이익 적자기업 ▲ 외부감사 기업의 경우 최근 회계연도 말 감사 의견 '한정' 등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그간 부채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비율 재무조건에 미달했던 한국전력, 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이 참여하는 과제도 R&D 자율성 트랙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전 등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은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 등 비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적자가 누적되며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한전은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459%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올해 부채비율은 57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R&D 자율성 트랙 특례 적용을 위한 '부채비율 300% 이상'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다.
한전은 영업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자보상비율 1.0배 미만' 기준에도 미달한다. 이자보상비율 기준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지 점검하는 항목인데, 한전의 경우 영업적자로 빚을 내 이자를 갚고 있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조원을 내며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 또 적자가 전망되며 올해에만 7조원대 영업손실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의 경우 작년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500%에 달하며 올해 부채비율도 400%를 웃돌 것으로 보이는 등 재무 건전성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석유공사와 석탄공사는 자본잠식 상태로 원래 투자금을 까먹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심각하다.
이들 공기업은 모두 R&D 자율성 트랙에 따른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개정으로 특례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일반 정부 R&D 연구개발 과제 지원 기준과 통일시키려는 취지로 진행한 것으로, 특정 공기업을 염두에 두고 개정한 것은 아니지만 개정에 따라 여러 공기업이 R&D 지원 특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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