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쿠팡Inc는 샤넬·에르메스 등 1천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고의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 홀딩스 인수를 통해 4천억 달러(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쿠팡Inc는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수계약으로 파페치가 독점 브랜드와 부티크에 맞춤형 첨단 기술을 제공하고, 세계 유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서도록 5억달러(6천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한국은 파페치의 엄청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일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페치는 포르투갈의 사업가 주제 네베스(49)가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창업했다.
명품업체들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급속하게 성장했고,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하지만 이번 쿠팡의 인수로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네베스 파페치 창업자 겸 CEO는 "커머스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온 쿠팡의 검증된 실적과 깊이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수백만 고객뿐 아니라 브랜드, 부티크 파트너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파페치와 함께 전방위적인 고객 경험 혁신에 확고한 투자 의지를 보여준 쿠팡과 파트너가 돼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파페치는 샤넬·루이비통·입생로랑 등 글로벌 명품을 파는 부티크와 백화점 매장 등이 입점해 있으며 50개국에서 만든 글로벌 최고 명품 브랜드 1천400개로 미국,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190개국 소비자들을 연결했다.
스트리트 럭셔리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를 비롯해 팜 엔젤스(Palm Angels) 등 다수의 '뉴가즈 그룹'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명품 부티크 브라운스(Browns)와 미국 스타디움 굿즈(Stadium goods)도 보유해 최첨단 기술과 럭셔리, 이커머스를 결합한 다양한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190개국에 진출한 이커머스 네트워크는 물론, 인기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Inc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페치 인수 소식을 공시했다.
쿠팡Inc는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아테나'(Athena Topco)라는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아테나는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브릿지론)을 체결해 5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각각 소유한다.
쿠팡Inc는 "영국법에 따른 사전 회생절차(pre-pack administration process)를 통해 아테나는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15일 파페치가 최근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5억 달러의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면 도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페치는 명품 의류 거래를 중계해주고 30%의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로 성장했지만,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6억7천500만 달러(8천800억원)를 들여 이탈리아의 패션 업체를 인수하는 등 과욕을 부리다 추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은 파페치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신선 식품·가전·공산품에 비해 부족했던 패션과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게 됐다.
앞서 쿠팡은 지난 7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열고, 정품 인증이 된 명품 화장품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앞으로 로켓럭셔리 품목을 명품 패션으로 넓히거나 별도 전용관을 설치하는 등 명품 판매를 강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한국인의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2조원)로 추산돼 1인당 명품 소비가 325달러(약 43만원)로 세계 1위라고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쿠팡의 파페치 인수로 K패션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파페치를 통해 한국 대표 디자이너 우영미의 '우영미'(WOOYOUNGMI)와 송지오(SONGZIO), 이명신(로우클래식), 스튜디오 톰보이(신세계인터), 김인태 디자이너의 김해김(KIMHEKIM), 정고운의 '고엔제이' 등 10여개 한국 브랜드가 팔리고 있다.
이밖에 쿠팡의 로켓배송 등 물류 노하우가 파페치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파페치는 그동안 뉴욕·파리·밀라노 등에서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해왔지만, 한국 등 국경을 넘는 배송은 차별화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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